두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올라선 가운데 국제유가까지 급등하고 있다. 환율도 135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여기에 탄탄한 경제 상황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까지 밀리며 한국은행의 금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지난해 8~12월 3%대를 맴돌다 올해 1월(2.8%) 반짝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두달 연속 3.1%를 이어갔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11.7%로 2021년 4월(13.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해 전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국제유가도 1.2% 올라 14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유가와 농산물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작황 부진에 따른 농산물 물가의 고공행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반등도 물가 우려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해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과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공급 위축 가능성이 커지는데 다,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반등도 유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최근 90달러에 근접하고 있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84달러 근처까지 오르며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른 상태다. 시장에서는 3분기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물가에 부담이다. 탄탄한 경제 지표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주일전 70%대에서 현재 60%대로 낮아졌다.
이는 그대로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지난해를 1288.0원으로 마친 원·달러는 연준보다 주요국들이 일찍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며 이날 5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하며 치솟았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해 수입물가가 오르게 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유와 곡물가 등 수입 원자재가격 부담도 높아진다.
고환율 장기화는 자본 유출 우려를 높인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도 작용한다. 환율과 물가 안정을 위해서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우리나라가 선뜻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금리 인하 시점 지연이 예상된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물가와 가계부채 때문에 우리나라는 금리를 낮출 상황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