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꽃 무더기가 세상을 활짝 여는 4월의 길목이다. 만개한 목련꽃 후두둑 떨어지고 난 후 벚꽃과 유채 물결이 남도의 산하를 뒤덮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오만가지 고운 꽃들이 여기저기 지천에 깔려 바라보는 즐거움이 큰 봄날이다.
지인과 함께 차를 몰고 영산강 강변을 달리다 노란 물결이 넘치는 유채꽃밭을 눈이 짓무르도록 바라본다. 봄을 느끼며 노란 유채꽃이 핀 길을 발이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어 본다. 걷다가 꽃길이 아름다워 멈추었다가 걷다가 다시 멈추어 바라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다.
4월은 꽃을 보다가 한 달을 보낸다. 섬진강에서부터 시작된 봄꽃은 나주 영산강까지 밀려 왔다. 노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유채꽃밭이 너무 아름다워 가는 길을 멈추어 본다. 지금쯤 남도의 섬진강 벚꽃은 꽃비가 내리고 있겠지.
집에 있는 사람들도 가는 봄이 안타까워 길을 나서는 봄날에 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이 차가워지는 시간이다.
꽃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황지우 시인의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다’ 시를 만났다. 이 봄날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시다.
‘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밥 튀겨 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 갈 일이다./ 눈 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 나무 한 그루/ 이 자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 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그 꽃 밟으면 지나갈 때/ 팝콘 같은, 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장사 가는 벚꽃길 어쩌다 한순간/ 나타나는, 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아름다운 꽃이 핀 봄날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시를 읽으면서 나주 영산강 노란 물결이 출렁이는 유채꽃 들판에서 나들이 나온 가족의 모습들이 그려본다.
나주 영산강 노란 유채 물결이 아름다워 차를 타고 봄나들이 나온 가족은 강변 유채꽃밭길을 걷다가. 노란 유채 물결이 햇살을 받아 너무 아름다워 벗을 불러 냈다보다.
한걸음에 달려온 벗과 나누는 인사가 정겹다. “형님, 엄청 젊어보입니다.”라는 아우의 말에 “말도 마라 꽃 구경 나온다고 엄청 신경 써서 나왔다. 어쩌 괜찮냐.”라며 인사하며 “꽃밭이 아름다워 어디를 찍어도 인생샷이야.”라며 카메라를 누르는 벗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봄나들이에 안성맞춤인 패션을 선보인 지인과 함께 영산강 꽃길을 걷는다. 꽃길을 걷다 보니 할머니, 아빠, 딸아이가 사진을 찍고 있다. 손녀를 안고 있는 어머니를 찍어주는 아들의 모습이 정겹다.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주고 싶어 사진을 찍어주자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봄날의 기억을 담아본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에 알랭드보통은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존 러스킨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삶,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라는 글을 통해 우리는 행복은 마음의 풍요로움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면서 마음의 풍요로움은 현실적인 삶 앞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SNS를 통해서 얻어지는 정보로 인한 박탈감이다.
특히, 청춘의 삶은 온라인을 통한 정보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성숙한 소양이 완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는다.
이러한 때 봄이 주는 아름다움에서 얻어지는 풍요로움이 멈추어 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한 번쯤 쉬어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자신에게 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견자(見者)의 시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삶은 머무름에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는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한다면, 이 아름다운 봄날에 더 머물고 싶은 장소를 만난다면 당신의 삶은 충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