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공모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 국립 의대는 30년 묵은 한(恨)이자 역사적 소명”이라며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지혜를 모아 줄 것을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김 지사는 1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전남 국립 의대 설립을 위해 도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국립 의대 설립은 30년 만에 얻어낸 기회로 꼭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호소문은 전남 의대 관련 담화문을 발표한 지 꼬박 보름 만이다. 전남 국립 의대 신설에 대한 ‘거도(擧道)적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 의대 유치는 놓고 빚어지고 있는 목포대와 순천대 간, 범위를 넓혀 동부권과 서남부권 간의 지역 갈등과 소(小)지역주의에 대한 일종의 ‘자제령’으로도 읽힌다.
특히 김 지사는 “지금처럼 지역 내 논쟁과 대립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국립 의대 신설 문제가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며 “만일 계획대로 설립되지 못한다면 지금의 세대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오점과 큰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의대 증원 일정 등과 맞물려 긴박한 상황이다 보니 일정상 촉박해 공모 방식을 통한 추천대학 선정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이라며 “도 공모에 참여하지 않고 교육부에 직접 신청하겠다는 일부 주장은 교육부가 현재 공모 방침을 밝히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설득력이 없고 신청서를 받아들일 리도 만무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전남도 공모를 패싱하고 교육부 공모에만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데 대한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순천대는 이날 전남도의 공모 철회를 요구한 뒤 “법적 권한이 있는 정부가 주관하는 공모 외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독자신청 의지를 공식화했다.
순천대학교 의과대학설립추진단(단장 박병희)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남도의 의대 신설 공모 방식의 철회를 촉구하고, 공정성, 객관성을 갖춘 의대 신설 절차를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