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게 뇌물을 받고 가상화폐 사기 사건 수사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퇴직 고위 경찰관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16일 202호 법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모(59) 전 경무관에 대해 징역 1년에 추징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장 전 경무관은 지난 2021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던 가상화폐 투자 사기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사건 브로커 성모(62·구속기소)씨에게 2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브로커 성씨의 로비 자금 창구 역할을 한 가상화폐 투자 사기범 탁모(45·구속기소)씨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낸 장 전 경무관이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팀장 박모(52)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달라\'고 부탁해 탁씨의 투자 사기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검사는 보고 재판에 넘겼다.
장 전 경무관은 \"임원으로 재직한 A업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업체 계좌로 4000만원을 빌린 것이고 오랜 경찰 재직 경험에서 조언한 정도\"라며 줄곧 부인해왔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는 양측 증인의 증언 신빙성을 두고 진실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장은 \"장 전 경무관을 통해 수사팀 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아 탁씨에게 전했다는 브로커 성씨의 진술은 일관되며 태도와 경위, 장 전 경무관을 음해할 동기가 없는 점으로 미뤄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 반면 해당 사건의 내용과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사실 등에 비춰 박 경감을 비롯한 수사기관 관계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브로커 성씨에게 받은 4000만원이 자신이 재직 중이던 업체를 위해 빌린 돈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수사청탁 명목으로 받은 돈의 소비 경위일 뿐이다. 받은 돈을 반환했고 형사처벌 전력은 없으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에 어긋나 죄책이 매우 커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별개로 장 전 경무관의 부탁을 받고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 당시 수사팀장 박 경감은 따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장 전 경무관에게 돈을 건넨 브로커 성씨는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탁씨 등 사건 관계인들에게 13차례에 걸쳐 수사 무마 또는 편의 제공 명목으로 승용차와 17억4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에 추징금 17억1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성씨는 골프와 식사 접대를 하면서 검·경·지자체 공직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각종 청탁을 해왔다. 검찰은 브로커 성씨의 검·경 인사·수사 영향력 행사에 연루된 전·현직 검찰 수사관·경찰관 등 18명을 기소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