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농협안성교육원교수
‘0.72명’ 2023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다. 2017년 1.05명을 마지막으로 제로 출산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이라는 문제를 직면하고 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신생아 특례대출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국가 중에서 압도적꼴찌를 면치 못하며 국가소멸 위기 단계에 들어서 있다.
통계청의 2024년 2월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태어난 아기는 2월 기준 처음으로 2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2019년 11월부터 54개월째 대한민국 인구가 자연 감소하고 있다.
왜 유독 대한민국 출산율이 낮은 것일까? 우리는 흔히 독박육아라는 말을 사용한다. 배우자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어린아이를 기르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부모에게 도움을 받고 육아를 하는 세대이지만 그조차도 눈치가 보인다.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맞벌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우리 부모세대는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까?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안 계셔도 마을에 슈퍼 아줌마, 아저씨, 이웃집 형·누나, 동네 어르신 등 우리 집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보살펴 줄, 아니 부모님께 연락해줄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독박육아는 자녀가 크면서 독박놀이로 진화한다.
필자의 초등학생 자녀가 친구들하고 공놀이를 하고 싶다고 하여 축구공을 사줬더니 저녁에 투덜거리며 오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하고 재밌게 공놀이했어?” 물어봤다.
하지만 아이는 친구들이 전부 축구교실 가서 혼자 공놀이하다 재미없어서 그냥 왔다고 하여 열심히 자녀와 공놀이를 했던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기 위해 학원을 등록해야 친구랑 같이 놀 수 있는 것이다.
예전처럼 마을에서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같이 신경을 써주는 공동육아가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축구교실이 아니라 친구들과 동네 형·동생들과 편을 나누고 골목 축구를 경험하면 어떨까?
부모들은 내 자식이 귀한 만큼 내 자식의 친구들이 소중한 걸 알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이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지키는 법, 양보하는 법, 화해하는 법을 익힌다면 학원에서 익히는 축구 드리블 기술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자라지 않을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로 크는 데에는 가족뿐 아니라 이웃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현실적 대책들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마을공동체·공동육아 활성화를 통해 자녀를 둔 부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지속 가능한 저출산 극복 대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