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소만이다. 24절기 중 소만은 입하와 망종 사이로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시작하는 시기로 식물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로 모내기를 해야 한다는 시기이다.
옛말에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듯이 기온의 높낮이가 달라 여름의 시작이긴 하지만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해 감기 조심해야 할 때이다.
5월은 만물이 성숙의 단계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봄에 꽃이 핀 식물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며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된다. 1년 중 오월은 행사가 많으며 특히 가족과 함께 하는 만남이 많아 가족 간에 사랑과 정을 느끼는 시기이다.
오월의 행사 중에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날은 21일 부부의 날이다. 에릭슨의 심리적 발달단계인 성인기는 한 인간이 성장하여 생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시기로 25세에서 45세에 해당된다.
이 시기는 가족을 넘어서 이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친밀한 사회적 관계로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는 자칫하면 고립감을 통해 강한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부부의 연을 맺기도 하며 자녀 양육이나 창조적인 활동,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다음 세대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시기로 인간으로서의 성숙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부부란, 둘이 하나가 되는 인생을 걸어간다고 했을 때 세대에 따른 부부의 삶을 생각을 해 본다. 세대의 변천에 따라 부부의 개념도 다르다. 70이 넘어 황혼의 길에 들어선 부부의 대화와 이제 갓 결혼한 20대의 삶의 방법과 규칙도 다르다는 것은 우리는 삶을 통해서 경험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현상은 가전제품 광고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는 바깥 살림, 집안사람이라는 언어가 있었다. 또한, 3차 산업사회만 해도 가정경영의 주체가 주부였다.
그러므로 광고시장에서 여성이 주 모델이 되어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카피가 등장했으며, 광고시장에서 가전제품을 남성이 메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모두가 행복한 주방’으로 카피가 바뀌면서 주방은 모두를 위한 삶의 주방으로 변하고 있다.
24년 트랜드 코리아의 ‘요즘 남편 없던 아빠’를 보면 요즘 남편의 필수 덕목은 눈치력이라고 한다.
예비신랑이 결혼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할 때 자주 듣는 말이 ‘눈치껏 해야 한다.’라고 한다. 가사 및 육아에서 능동적인 자세로 생활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가 ‘육아 템을 위한 장비 빨, 가전제품의 자동화, 아이가 생긴 후에는 6시 칼퇴근 신데렐라가 됐어요.’ 결혼한 남성이 육아를 위한 일상이 새로운 언어가 생성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존여비 세상을 살았다. 1990년 초반에 방송한 아들과 딸 방송을 보더라도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은 집안에 결혼생활을 보면 무능력한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육아, 가사, 주변 가족 챙기기는 여성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부의 역할이 많이 달라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을 경제학자인 클라우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젠더 대 수렴’이라는 용어로 요즘에 변화하는 남녀의 성 평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남성들에게는 결혼이란 제도는 또 하나의 숙제처럼 무거운 삶의 과정일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살아온 세대에게는 달라진 성 역할은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젠더 대 수렴은 인류의 문화의 흐름이다. 어떤 누군가의 의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긴 인생의 시간에서 우리의 문화는 계속 흐름의 과정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변화되는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져본다. 대가족의 모임이 있었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삶을 유지하시는 70대 부부, 그 뒤를 잇는 필자의 삶, 그리고 조카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부부가 살아가는 소소한 삶의 차이를 가족 모임에서도 많이 느낀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삶은 멈춤이 아닌 인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일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먼 인생의 기찻길을 걸어갈 때 혼자서 걸어가는 것보다 같이 마주 볼 수 있는 목표가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삶의 지향점이 아닌가 한다.
기찻길은 팽팽한 두 줄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며 목적지를 향해 둘이 하나가 되어 걸어간다면 긴 인생의 여정에서 진정한 친구와 동행하는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