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5·18 희생자 고(故) 박현숙양의 추모비 제막식. /박현숙열사추모회 제공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관을 구하러 전남 화순으로 향하다 에 숨진 고(故) 박현숙양(당시 16세)을 기리는 추모비가 모교 송원여상에 세워졌다.
추모비 제막식 참석자들은 박 양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면서, 추모비가 5·18 비경험세대의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길 희망했다.
송원여상과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은 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상 교내에서 \'박현숙 열사 추모비 제막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오준환 송원여고교장과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 양재혁 5·18유족회장, 박 양의 유족인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후배 재학생 등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영상을 시작으로 오 교장의 추모사, 원 이사장의 기념사, 박 연구원장의 유족인사, 추모비 제막식과 헌화·묵념 순으로 이어졌다.
5·18 당시 송원여상 3학년 재학생이었던 박 양은 전두환 신군부의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례인 동구 소태동 주남마을 마이크로버스 총격 사건의 희생자다.
박 양은 1980년 5월 22일 계엄군의 유혈진압에 고통받은 광주시민들을 돕고자 집을 나왔다. 사체 수습 등에 나선 박양은 이튿날인 5월 23일 희생자들을 위한 관을 구하기 위해 전남 화순으로 향하는 마이크로버스에 올라탔다.
박 양이 탄 마이크로버스는 당일 정오께 소태동 채석장 앞 도로변에서 매복중이던 제11공수여단 62대대 4·5지역대의 총격을 받았다.
현장에서 숨진 박 양은 계엄군에 의해 가매장됐다가 항쟁 직후인 5월 29일 수습됐다. 사체는 그로부터 석달 뒤인 8월 20일에야 가족에 인계됐다.
지난 18일 열린 5·18 44주기 정부기념행사에서는 \'헌혈 여고생\' 고 박금희 양의 사진이 박 양의 것으로 뒤바뀌어 영상에 송출되기도 했다.
유족들은 추모비를 통해 박 양의 헌신적인 공적이 조명될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박 양의 친언니인 박현옥 유족회 전 사무총장은 \"국가보훈부는 정부기념식 당일 집을 찾아 \'죽을 죄를 지었다\'고 사죄했다. 앞으로는 희생자, 유공자들을 예우하는데 신경을 좀 더 쓰지 않을까\"라며 \"동생이 1980년 5월 몸바쳐 헌신했던 순간들이 추모비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