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담양에 있는 작은 정원에 오스틴 장미를 보러 갔다. 6월이라 오스틴 장미는 졌지만 사하라 장미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맞아주었다.
차를 마시고 담양 관방천을 거닐었다. 바람이 좋아서인지 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는데 스케치북과 물감을 펼쳐놓고 관방천을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발견했다.
어반스케치다. 어반스케치란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신문기자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에 의해 명명되었다고 한다.
어반(도시)스케치는 연필, 펜, 물감 등으로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활동을 말한다.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 지역의 소재를 가지고 스케치를 하며,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퇴직하고 세계여행을 다니는 K선배는 지금쯤 산티아고 순례길 어느 지점에서 스케치북을 펼치고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1월에는 눈이 내리는 강원도 양양의 모습을, 3월 초쯤에는 프랑스 에펠탑을 그려서 소식을 전해 주었고, 4월에는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의 모습을 보내주었다.
전문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 그리기를 즐겨 하는 K선배는 여행 중 시간이 나면 도화지를 펼쳐 도시의 건물과 단상을 그려 전시도 하고 여행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재작년부터 어반스케치를 시작했다는 O도 친구와 만날 때 30분 미리 나가 통유리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며 작은 노트에 무엇인가를 긁적거리며 시간도 잘 가고 스케치를 통해 주변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생겼다고 한다.
최근, 어반스케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사는 도시의 건물을 그리고 전시하는 동아리 활동이 늘고 있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도 5·18 역사적 현장의 건물을 그려 전시를 통해 광주의 역사적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전시를 하였으며, 광주 어반스케쳐스도 22년 ‘어반스케치로 대구 시민과 만나다’란 주제로 다른 지역과 소통하는 가교역할을 하였다.
또한, 구청마다 마을 프로그램에 어반스케치 활동을 통하여 지역민이 지역에 대해 탐색하고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마을스케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광주 여성단체도 ‘인문학과 함께 하는 어반스케치’ 라는 주제로 광주의 건축, 미술, 문학을 통해 광주의 역사를 알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탐방하는 활동을 위해 양림동 근대역사 문화로 시간여행을 하였다.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바쁜 일상에 도시여행이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이 사는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 탐방을 통해 잊고 지냈던 광주의 문학, 미술을 통해 나와 도시를 공유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보는 여정은 어릴 적 삶을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이번 양림동 근대문화를 탐방에서 회원들은 전통문화관 희경루를 보면서 광주를 재발견하고 양림동 근대 건축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양림동은 골목이 아름다운 곳이다.
구부러진 골목에서 만나는 삶, 그리고 이 골목을 돌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하여 행복한 여정이며, 양림동 일대에 문학, 미술, 건축과 골목 풍경은 바쁜 삶에서 잠시 쉬어가는 편안한 공간을 느끼면서 청춘들이 근대역사 찾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미술은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어반스케치 과정을 통해 미술을 쉽게 접근하는 방법과 미술적 기법을 배움을 통해 많은 재료와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그리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이번 스케치에 참여한 분은 어반스케치 선 그리기, 드로잉 연습, 명암표현하기, 명도와 색을 내는 끊임없는 연습의 과정을 통해 성취감도 맛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본다.
어반스케치가 의미 있는 것은 나와 도시를 공유하는 것이다. 어반스케치 과정을 통해 도시안에 내가 존재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다.
이준관의 ‘구부러진 길’ 시 한 부분을 읽으면서 삶을 기억해 본다.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