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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와 팥쥐 이야기로 만난 부모의 양육
  • 호남매일
  • 등록 2024-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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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비가 연일 내리고 있다. 애호박 사다 부침개를 부친다. 호박을 듬뿍 넣고 양파를 가늘게 썰어 밀가루를 살짝 넣어 부침을 부친다.


비 오는 날이라 고소한 냄새가 배를 절반 채운다. 비가 와서 주말 동안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다 일요일 점심은 외식하기로 했다.


장마철이라 간단하게 먹자는 의견에 콩물 국수를 먹을까, 팥죽을 먹을까, 의견을 교환하다 콩물 국수와 팥죽이 있는 맛집을 선택하기로 했다. 콩과 팥이 들어간 음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여름날이면 팥죽과 콩물 국수를 먹은 기억이 있다. 콩물 국수는 시원하게 해서 먹었으며, 팥죽은 더운 여름날에 먹는 이열치열 음식이다. 어린 시절 보리타작이 끝나면 너른 마당에 멍석을 깔고 팥죽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콩물 국수는 콩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서 진한 콩물 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팥죽은 저녁 시간에, 낮에는 콩물 국수를 해서 이웃과 함께 나눠 먹었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맛집으로 가는 길에 콩과 팥이 들어간 음식 이야기를 하다 콩쥐 팥쥐 이야기를 나누었다.


콩쥐 팥쥐 이야기는 누구나 아는 전래동화다. ‘계모에게 구박받던 콩쥐가 원님과 결혼 후 죽임까지 당하지만, 환생과 변신을 거듭하여 팥쥐에게 빼앗긴 아내 자리를 되찾고, 팥쥐와 계모는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의 민담’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끌고 가는 주인공인 콩과 팥은 그 많은 밭작물에서 왜 선택되었을까? 콩쥐 팥쥐 동화를 보면 난 팥이 좋은데 왜 팥이 나쁜 역할을 맡게 되었는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음식을 만들 때 선택에 따른 콩과 팥의 이야기다.


콩은 음식에서 주메뉴가 된다. 콩은 메주를 만들고 두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팥은 메인 역할을 할 수 없다. 팥은 음식을 만들 때 서브다. 팥빵, 팥죽, 팥떡, 팥빙수 등 앙금, 고물이 되어 다른 재료와 섞여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이야기 속에서도 팥쥐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아 결국 벌을 받게 된다. 실제 민담에는 원님은 팥쥐를 죽이고 시신으로 젓을 담가 팥쥐 엄마에게 보냈는데 팥쥐 엄마는 젓갈인 줄 알고 먹다가 그게 무엇인지 깨닫고 기절해 죽게 된다.


팥쥐 엄마의 미성숙한 모성으로 인해서 자식의 소멸을 확인하는 계모에게 주어지는 고통은 실제 이야기 속에서 그 어떠한 처벌보다 가혹할 수밖에 없다.


전래동화를 통해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산 콩쥐의 성숙한 자아와 엄마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성숙한 팥쥐를 보면서 구비문학이 주는 교훈을 알 수 있다.


여름의 대표 음식인 콩을 통해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전래동화 콩쥐 팥쥐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모 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부모의 자녀 양육 방식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독재적 부모, 민주적 부모, 허용적 부모로 나눌 수 있다.


독재적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제재하고 복종을 요구한다. 이러한 양육은 불만족과 사회적인 위축 행동을 나타내고 자기주장이 빈약한 아이로 자라난다.


허용적 부모는 과잉보호로 인하여 미성숙하고 높은 의존성과 통제에 결함이 있어 책임감이나 독립심이 결여되어 자신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


민주적 부모는 아이의 능력 책임감, 독립심의 발달을 위해 노력을 하여 자기 확신과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 통제적이며 성숙한 자아를 형성한다.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부모의 유형을 본다면, 팥쥐 엄마는 콩쥐에게는 독재적 부모, 팥쥐에게는 허용적 부모임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이러한 부모를 헬리콥터맘, 잔디깍이맘, 니트맘, 스위핑(컬링 운동에서 얼음판을 닦아 주는 빗자루)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모가 자녀의 앞길을 미리 준비해 자녀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양육법이다.


부모의 바람직한 양육방법은 자녀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양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처럼 찾아간 맛집은 비가 오는 바람에 대기가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비 오는 여름날에 시원한 콩물 국수, 뜨끈한 팥죽을 먹으면서 콩의 주체적인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팥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른 재료와 잘 섞이는 협력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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