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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하는 그곳에, 여행이 있다'
  • 호남매일
  • 등록 2024-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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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장마가 한창이다. 일기예보에는 비구름이 가득하며 습기가 높아 우리나라가 동남아인가 생각할 정도다.


장마가 지나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돌아온다. 이런 날은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무더위에 가장 좋은 여행은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책은 영감을 얻게 하며 새로운 사고를 충전시키는 활력소다. 책 안에서 새로운 삶의 키워드를 읽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을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예술가다. 예술가는 창조자다. 그들은 항상 재창조를 꿈꾸며 변화를 시도한다.


이에 우리는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 세상을 보려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계절 별로 보면 어느 계절에 책이 가장 많이 팔릴까? 봄, 가을보다 여름과 겨울에 더 책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가을과 봄은 야외 활동이 많아지니 당연히 독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름과 겨울은 책이 많이 팔리기는 하지만 특이한 점은 여름에는 스릴러물, 추리 소설 등 등골이 오싹하게 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겨울은 따스함이 베인 작품, 서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 여름의 계절에 스릴러물도 좋지만, 여행을 안내하는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나노 사회에 살다 보니 여행도 각자의 취미, 상황에 따라 다르다.


20~30대는 글램핑과 풀빌라를 선호하며, 40대는 호캉스를 좋아한다. 50대부터는 아무래도 콘도나 패션을 좋아하며 성향에 따라 놀이문화도 다르다.


어떤 이는 휴식의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에서 자신의 시간을 찾고 싶다면 작가가 쓴 책을 들고 느림의 여행도 좋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숨어 있는 곳을 여행하려면 곽재구의 포구여행, 김훈의 자전거여행 책을 들고 여행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다.


김훈은 숨어 있는 명소를 발견하며 여행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소소한 것들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문장가다. 그의 자전거여행을 읽고 길 위에 서서 다른 감각과 느낌으로 자연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꽃피는 해안선에서 시작되어 담양을 거쳐 광주로 이야기로 펼치다 군산을 거쳐 충북 안면도로 향하는 서정은 자전거를 타고 만난 우리의 국토다.


다시 구례로 들어와 하동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나를 찾는 과정이 된다. 자전거여행은 우리나라의 남도를 작가의 눈을 통해 다른 관조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준다.


김훈 작가는 글을 통해 ‘길에는 본래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라는 문장은 여름의 길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걸어보는 것도 참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을 가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산하를 바라보면서 조선 후기의 화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그림이 떠올려지고, 해가 떨어지는 넓은 평야에 앉아 숨을 크게 들이쉬며 호연지기를 키워보는 것도 좋다.


곽재구의 포구 여행은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우리나라 포구를 찾아다니며 작가의 단상을 쓴 기록이다.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우리에게 알려진 시인은 글에서 ‘시가 내 삶의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걸었던 지난 시절을 생각한다. 내면과의 격렬한 싸움이 있었으므로 그 시절은 아름답다.’ 라는 문장으로 우리의 마음을 후빈다. 시인의 글에서 나오는 우리나라의 포구의 아름다운 장면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결국 길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다.


여행길에서 느낄 수 있는 길 위의 풍경은 누구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름의 길목에서 무작정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의 집 굴뚝 사이로 연기가 올라올 것이고 저녁 해가 질 무렵 어스름해지며 놀러 나간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저녁 어스름 길에 나가서 길을 묻는다. 저기 마을 안쪽은 환한 스크린이다. 사람들 크게 번지다 사라진다. 길 위에서 누가 길을 묻는다. 그림자 길게 끄을며 아직 누가 길을 묻는다.’ 현담 이라는 스님이 쓴 길이라는 시다.


자, 이제 여름의 길목에서 한 권의 책을 들고 나만의 시간을 찾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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