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유난히 구름이 두둥실 떠오른 날이었다. 여수에 강의가 있어 이른 아침 구름을 쫓아 동으로 길을 떠나는 아침의 공기는 상쾌했다.
여수에 그림책 교육이 있어서 가는 길에는 구름이 여행길에 동반자가 되어 두 시간 정도 가는 길이 즐겁게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림책은 함축된 지면으로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매체다. 오늘도 그림책과 함께 하는 수업이 즐겁다. 이번 그림책 강의는 그림책에서 만나게 되는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순천 그림책 도서관에 가려고 차를 순천으로 돌렸다.
태풍 ‘산산’이 일본으로 상륙한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인지 구름은 시시각각으로 변화 무쌍하게 푸른 하늘에 자리를 잡았다.
순천 그림책 도서관은 주택가에 자리를 잡아 주변 공간이 사람을 따스하게 보듬어 준다. 입구부터 이수지 작가의 여름의 향기가 물씬 나는 그림의 장면들이 펼쳐져 있다.
그림책 전시 주제는 ‘여름의 무대’ 이수지의 그림책으로 9월 22일까지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여름의 작가답게 그림책은 푸른색 물감으로 시원한 빗줄기와 악보가 그려져 있다. 팸플릿을 보자 우산을 들고 춤을 추어야 할 것 같은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아 휘파람을 불었다.
이수지 작가는 여름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파도야 놀자’, ‘이렇게 멋진날’, ‘여름이 온다.’ 작품은 대부분 여름의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팸플릿부터 시원함이 쏟아지는 블루다.
여름의 무더위를 떨칠 것 같은 빗소리를 생각하며 이수지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 본다. 아래층 전시장은 ‘옛날옛적에’라는 주제로 옛이야기를 그림으로 재현해 놓았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은 사물을 생동감 있게 움직임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옛날 옛적에 전시를 보면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원형의 힘을 다시 보는 시간이었다.
그림책 전시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물과 함께 놀이라는 아이의 표정이 행복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계단을 넘어서자 나를 맞이한 것은 ‘아이들은 빗방울처럼’이라는 ‘여름이 온다.’ 그림책의 다양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나왔던 그림책 ‘여름이 온다.’ 비발디 사계 ‘여름’이라는 주제의 그림책 장면이 다양한 재료가 만난 그림책이다. ‘여름이 온다.’ 그림책을 만났을 때 바실리 칸딘스키 이후 음악과 그림의 융합을 본다는 것이 놀라움이었다.
그림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는 악보가 그림책으로 들어가 생동하게 움직임을 따라가 본다. 다른 벽면에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영상이 펼쳐진다. ‘파도야 놀자’, ‘여름이 온다’, ‘물이 되는 꿈’이다.
‘물이 되는 꿈’ 은 처음 만나보는 작품이다. 역시 여름의 작가 이수지답게 펼쳐지는 공간의 서사가 아름답다. 작은 의자에 앉아 그림책 영상을 본다. 물이 되는 꿈 노래와 영상을 보니 편안해진다. 물이 되는 꿈은 4분 52초의 영상이다.
한라산에 내린 빗방울이 물이 되어 바다로 흐르기까지 이 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음악이 흐르고 물, 꽃, 씨, 풀, 강, 빛, 소금, 바다, 파도, 물, 별, 달, 새, 바, 돌, 흙, 산, 바람, 모래, 물이 되어 내가 되는 꿈으로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서사시가 아름답다.
노랫말은 만든 루시드 폴은 물은 어디로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내가 되는 꿈이라고 한 서사를 이수지 작가는 첫 장면에 수영장에서 휠체어를 탄 아이를 등장시킨다. 물은 수많은 무엇이 되어 마지막 그림은 휠체어를 탄 아이는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수영하며 그림책은 마무리된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구조에 구속되어 내가 아닌 사회적인 인간이 되어 살아간다. 물이 되는 꿈을 통해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했던 필자의 모습이 보여 자꾸만 물이 아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물이 되어 그림책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수지 작가는 ‘노래는 듣는 그림이고 그림은 보는 노래’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순천 그림책 도서관에서 만난 전시는 충만하였다.
하오가 되어 도서관을 나오며 순천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멋진 전시를 볼 수 있는 그림책 도서관이 사는 당신이 부럽네. 전화를 끊고 하늘을 보니 구름은 여름의 시간을 가장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