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동물 사료가 분유보다 잘 팔린다
  • 호남매일
  • 등록 2024-09-24 00:00:00
기사수정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무던히도 긴 여름이었다. 올여름 인사는 ‘무척 더웠지요. 살다가 이런 더위는 처음입니다. 여름을 어떻게 지냈는지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가기 전에 한약이라도 지어 먹어 볼까 합니다.’ 추석에 만난 사람마다 묻는 안부 인사는 무더위였다.


9월 말이 되어서 이제는 지난, 여름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도 무더위가 덜 가신 계절에 저녁에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산책하다 “엄마가 놀아줄까?” 다정한 언어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아니라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워서 산책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그렇지. 지금 우리의 현실이지 하며 밤하늘의 달을 본다.


산책하다 우연히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는 인간보다 동물과 대화하는 사람이 더 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 된 세상에 그동안 우리가 걱정하는 저출산이 현실을 넘어 이제는 한계치에 도달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25학년도 신입 대학생 모집에서도 반려학과가 오히려 유아교육, 아동학과보다 더 인기가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대한민국 양성평등은 슬로건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였다. 이는 저출산을 위한 사회 캠페인으로 인구 절벽에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출산율을 올릴 수 있다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사회 정책과 캠페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가지 양육, 돌봄은 여성의 역할이 더 많다는 것은 직업군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최근 저출산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한겨레 6월 2일에 발표된 기사를 보면, 2021년부터 반려견 사로 판매량이 늘어 분유를 추월한 이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한다.


기사를 인용하면 ‘두 품목의 합계 판매량을 100이라고 했을 때, 반려견 사료 판매 비중은 2020년까지 48%로 50%를 밑돌았으나 2021년 61%로 크게 높아졌고 이후 줄곧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지속하다 올해 1∼5월 69%로 치솟았다. 반려견 사료 판매 비중이 아기 분유·이유식 비중보다 갑절 이상 많은 셈이다. 반려견의 간식 판매 비중도 2020년 54%에서 지난해 61%로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1∼5월 반려견 간식 판매 비중은 63%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사를 보면서 우리의 경제, 문화, 정책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반려견 사료는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먹는 분유는 3∼4년이면 된다.


또한, 동물 병원의 의료가 좋아져 더 오랫동안 사는 반려견이 늘고 있으며 반려견이 아프면 몇천만원을 들여서라도 수술을 한다거나 치료를 해 생명이 연장되는 것을 주변에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다. 그게 바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로 변경된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보더라도 삶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한 이치다.


한편,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반면에, 반려견 양육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전국 등록 반려견 수는 2019년 209만 2천마리에서 2022년에는 302만 6천마리로 44.6% 급증했다고 한다.


등록되지 않는 반려견까지 한다면 더 많은 수치를 확보할 것으로 본다. 이는 소비 시장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설이 늘어날 것이며 그동안 반려동물이 제한되었던 공간도 풀릴 것으로 본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산책하는 사람을 보면 “뭐야 저출산 국가에서 아이가 먼저지.”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은 그러한 문화가 당연하다.


이러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유모차가 아니라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행기에 태우는 유모차가 많이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멀지 않아 명절에 부모 산소보다는 반려견 산소를 찾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을 해 본다.


한가위가 지났다. 무더위로 ‘덜도 말고 덜도 말도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도 기후변화에 따라 의미가 없는 말이 되었다.


추석을 지낸 후 올라온 SNS를 보니 그동안 명절에 지냈던 제사상을 올해로 마무리하니 정성껏 지내야겠다는 영상을 본다.


인간이 맞닿아 있는 공동체적인 삶이 서서히 막을 내리는 세대 전환의 시기라는 것을 느끼며 산책길에 유모차에서 고개를 쏙 내민 강아지와 눈 맞춤을 하는 쓸쓸한 저녁이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문화 인기기사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