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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호남매일신문_기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사회의 과제
  • 윤영덕 (전) 광주 동구남구갑 국회의원
  • 등록 2025-06-07 0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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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이 혹독하고 길었던 때문일까, 따사로운 봄바람에 살랑이는 햇살이 더욱 살갑다. 평범한 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힘겨운 일상조차도 하찮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범함의 위대함’을 깨우치는 것은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사람들만의 특권은 아닌 듯하다.


내란의 밤을 밝힌 ‘빛의 혁명’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여,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의 이름으로 강력한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로써,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던 ‘12·3 내란계엄’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111일 만에 윤석열 파면으로 일단락되었다.


이 순간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도도한 역사적 물줄기를 이어 왔던 주권자 시민의 위대한 힘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내란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광장과 일상의 공간에서 123일 동안 ‘윤석열 파면과 민주헌정 수호’를 외친 위대한 주권자 시민들의 승리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결문도 이 점을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피청구인의 국회 통제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계엄군의 총기와 장갑차에 목숨 걸고 맞섰던 시민들의 저항, 항명의 두려움 속에서도 제복 입은 시민의 민주 의식을 보여 준 계엄군과 경찰의 소극적 임무 수행은 생중계를 통해 확인되었고, 탄핵 심판의 과정에서도 증언되었다. 국민 모두가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지켜본 이 모습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 역사적 장면으로 장엄하게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민주공화국 모든 권력의 원천인 ‘대한국민’의 위대함과 대한민국의 굳건한 민주주의 회복력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에 의해 저질러진 내란의 밤은 아직도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은 연일 허황된 메시지를 담은 기행(奇行)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1호 당원’과 절연하지 못한 ‘내란 옹호 정당’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유치한 대선 후보 경선으로 탄핵의 강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내란 평정, 일상 회복, 민주 헌정 수호를 위한 발걸음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 미래를 위한 현재

우리들이 유난히 길었던 겨울의 한복판에서 가슴 벅차게 확인한 것이 있다. 찬란한 역사의 봄은 주인공인 시민들의 수고로움을 에너지 삼아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의 황당한 친위 쿠데타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일단락될 수 있었던 것도 민주공화국의 권력 주체인 국민들의 수고로움 덕분이었다. 현재를 도왔던 과거의 역사에도 시민들의 피와 땀이 흠뻑 배어있다.


이제 다시 미래를 위한 현재를 살아야 할 때다. 내일에 도움이 될 힘을 축적해 가야 한다. 각양각색의 응원봉으로 빛났던 저항의 광장에 희망의 내일을 여는 수만 가지의 꿈을 채워야 한다. 정권 교체와 더불어 사회적 대개혁을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빛의 혁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일시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좁히면서, 지속가능한 변화를 애써 가꿔가야 한다. 변화를 위한 진앙지가 반동의 물결에 물러지지 않도록,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하는 양심’을 더욱 단단하게 조직해야 한다. 역사가 증명하는 것처럼, 반동의 무리는 생각보다 훨씬

교활하고 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고단함에 멍든 시민의 일상을 온전히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윤석열 정권이 내팽개치다시피 한 민생경제가 위태롭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압박과 내수경제 침체가 가중되면서 가계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러나‘ 촛불 혁명’과‘ 빛의 혁명’이 보여 주는 것처럼,‘ K-민주주의’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위대한 저력을 발휘해 왔다. 희망이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사회대개혁을 끈질기게 밀고 갈 굳건한 연대와 통합의 힘이 관건이 될 것이다.


‘빛의 혁명’으로 수놓아진 광장에 주권자의 다양한 꿈들이 조화를 이루는 조각보 같은 공론장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우리들의 찬란한 봄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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