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2사 1,2루에서 키움 이정후가 2타점 2루타를 날린 후 기뻐하고 있다. 2021.11.01.
키움 히어로즈 간판 타자 이정후(23)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장타로 '타격왕'의 진면모를 뽐냈다.
키움은 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7-4로 승리했다.
시즌 막판 3연승으로 간신히 정규시즌 5위를 차지한 키움은 WC 1차전을 내주면 곧바로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이기면서 승부를 2차전으로 몰고가는데 성공했다. 키움은 2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2차전에서 사상 첫 5위 팀의 WC 통과를 노린다.
키움을 위기에서 건져낸 것은 9회 터진 이정후의 2타점 적시 2루타였다.
시즌 끝까지 혼돈 속이었던 5강 싸움 만큼이나 이날 경기는 치열했다. 키움은 5회 이지영의 적시타로, 7회 박정음의 득점으로 2-0 리드를 잡았으나 두산은 7회말 김인태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키움은 8회 희생플라이 2개로 다시 4-2로 앞섰다. 하지만 두산은 김재환의 투런 홈런으로 또 균형을 맞췄다.
힘겹게 잡은 리드가 사라졌지만, 키움은 포기하지 않았다. 9회초 2사 후 이용규, 김혜성이 연속 볼넷을 골라내면서 1, 2루의 찬스를 일궜다.
해결사는 이정후였다.
두산 마무리 투수 김강률을 상대한 이정후는 2구째 시속 146㎞짜리 직구를 노려쳤다. 잘 맞은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중견수 키를 넘어갔고, 이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키움은 다시 6-4로 리드를 가져갔다.
이정후는 올 시즌 타율 0.360을 기록해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강백호(KT 위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타격왕에 등극했다.
이정후가 타격왕에 오르면서 진기한 기록도 작성됐다. KBO리그를 넘어 세계 최초로 '부자 타격왕'이 탄생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현역 시절이던 1984년 0.393의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9회 2루타를 치기 전까지 이정후는 침묵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3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초에는 1루 땅볼에 그쳤다.
8회초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볼넷을 골라 찬스를 이어주기는 했지만, 안타는 치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 결국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부자 타격왕'에 대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더 기분좋게 와닿는다. 가족들도 좋아하고, 기뻐했다"면서도 "이게 좋은 영향을 줄지 생각하기 보다 오늘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가을야구에서 시즌 성적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타격왕 클래스'는 빛을 발했다. 동시에 가을야구에서 강한 면모도 이어갔다.
세리머니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했던 이정후는 9회 2루타를 때려낸 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