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KIA 타이거즈와 계약한 양현종(34)이 2022년부터 '가치 증명의 시간'을 맞이한다. 건재함을 보여주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차례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MLB)에 도전장을 던졌던 양현종은 자리를 잡지 못한채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이던 지난달 24일 KIA와 4년 총액 103억원(계약금 30억원·연봉 25억원·옵션 4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양현종과 KIA의 계약은 사실상 시간 문제로 보였다. KIA는 지난 10월 양현종이 귀국한 뒤 "우리 구단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인 만큼 꼭 잡도록 하겠다"는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하지만 협상은 예상 외로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잡음도 흘러나왔다.
양현종이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KIA는 에이스를 예우하는 선에서 나이 등을 고려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어했다. 예상보다 큰 옵션 규모에 양현종 측이 서운하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잡음이 일었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채 1순위로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미국 진출 전까지 확고한 KIA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타이거즈의 심장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2020시즌까지 14시즌 동안 425경기에 등판, 1986이닝을 던지며 147승95패9홀드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냈다. KBO리그 통산 다승 4위, 탈삼진 4위(1673), 이닝 7위다.
KIA의 2017년 통합 우승도 양현종의 공로를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그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KIA 선발진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두 시즌 모습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양현종은 미국 진출 직전 해인 2020년 31경기에서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5.05를 기록한 2012년 이후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의 성적도 신통치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2경기(선발 4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5.60에 머물렀다. 35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이 25개에 불과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의 성적도10경기(선발 9경기) 3패 평균자책점 5.60에 그쳤다.
에이스 예우도 필요했지만, KIA도 과거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KIA는 아픈 기억이 있다. 2013시즌을 마친 뒤 미국에 진출했다가 돌아온 우완 투수 윤석민과 2015년 3월 4년 90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계약금이 40억원에 달했다.
윤석민은 2015년 30세이브를 수확했지만,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어깨 부상까지 겹치면서 윤석민은 결국 2018년 이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2019년 은퇴를 선언했다.
옵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KIA는 양현종에 투수 FA 역대 최고액을 안겼다.
이제 양현종이 몸값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때다. 실력으로 몸값을 해내야 협상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인한 팬들의 질타와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최근 2년 간의 부진을 털어야 '한국 최고 좌완'이라는 자존심도 회복할 수 있다. 어찌보면 절반에 가까운 옵션 규모는 그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늘어난 볼넷을 줄이는 것이 숙제로 보인다. 양현종의 2020시즌 볼넷 수는 64개로, 2019년의 33개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볼넷이 빌미가 돼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볼넷을 줄여야 자존심 회복의 길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