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4학년도엔 대학입학 모집 인원이 4800여명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은 소폭 늘어나지만 비수도권에서 5000명 넘는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양극화\' 우려가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전국 4년제 대학 196개교의 2024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보면, 전체 모집인원은 34만4296명으로 현 고3이 치르는 이번 2023학년도보다 4828명 줄어든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모집인원은 같은 기간 21만7342명에서 21만1989명으로 5353명 감소할 예정이다. 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모집인원을 525명 늘릴 계획이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이미 학생 수 감소로 모집정원을 다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고3 학생 수는 지난해 4월 기준 43만9510명이며, 이들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 모집인원은 34만9124명이다. 대학 진학률이 통상 70%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학 기대인원(30만7657명)이 모집인원보다 4만여명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는 그 이듬해 대입에서 더 심화될 전망이다. 현 고2 학생 수는 지난해 4월 기준 41만3882명이며, 입학 기대인원은 28만9717명으로 대학들의 모집인원을 5만4600여명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비수도권은 수시, 수도권은 정시라는 쏠림도 심해질 모양새다. 수도권 대학은 2024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모집정원의 35.6%를 정시, 64.4%를 수시로 선발한다. 이번 2023학년도 대입보다 정시 비율이 0.3%포인트 더 높아지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수험생 선호가 높은 수도권 대학으로 갈수록 더 심화될 전망이다. 종로학원 분석을 보면, 2024학년도 서울권 정시 선발 비율은 39.2%로 수도권 35.6%, 전체 평균 21.0%보다 높았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 모집 비율은 2023학년도 86.1%에서 2024학년도 88.1%로 2.0%포인트 더 늘어날 예정이다.
수시는 대체로 학교 시험, 비교과 활동 등 학교생활기록부로 평가하는 학생부위주 전형이,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이 주를 이룬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교육부는 수험생이 선호하는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정시 비율을 높여 왔다. 올해 고3이 응시하는 2023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16개 대학은 정시 모집비율을 목표치인 40.5%까지 높인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들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16개교의 2024학년도 정시 비율은 전체 40.6%로, 전년도보다 0.1%포인트 높아진다.
배경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논란이 있다. 이른바 \'부모 찬스\' 논문 등이 반영되면서 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교육부는 올해 초 고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을 개정,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4학년도 대입에서부터 학종에서 자기소개서를 전면 폐지한다. 또 현 고2는 수상경력, 개인봉사활동, 영재·발명교육 실적 등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비교과 활동을 대입 전형자료로 제출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원서 접수와 모집 시기가 정시보다 빠른 수시 전형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 심화된다는 분석이 많다.
장경호 대교협 대입지원실장은 \"비수도권 대학의 모집정원 감소는 등록률 하락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위해 모집 일정이 빠른 수시전형 모집 비율이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시 전형 비율을 늘리더라도 비수도권 대학이 모집난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종로학원이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대입 수시 경쟁률을 권역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은 평균 16대 1을 기록했지만 수도권은 11.4대 1, 비수도권은 6.0대 1로 낮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이 수시 원서를 6번 넣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6대 1의 경쟁률은 사실상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수도권 대학이 수시에서 뽑지 못해 정시모집으로 넘겨 뽑는(이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정시에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