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가 내년도 공무원 국외 연수를 위해 편성한 예산 8억 원이 어렵사리 의회 문턱을 넘었다. 선심성으로 볼 만한 예산인 데도 예비비까지 끌어와 과다 편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주 서구의회는 20일 제308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제화여비 편성 등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국제화여비는 공무원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해외 시찰 또는 견학에 쓰이는 비용이다.
내년도 서구 국제화여비 편성 규모는 8억 원이다.
구체적으로 ▲해외선진지 견학 5억 원(문화예술과·체육관광과·기후환경과·복지정책과·주민자치과) ▲집중 관리 예산 2억 원(기획실) ▲6급 중견간부 리더 과정 국외연수 5400만 원(행정지원과) ▲국외 출장 수행 2600만 원(의회사무국) ▲해외 선진지 시찰 2000만 원(스마트통합돌봄담당관) 등이다.
이러한 예산안을 놓고 의회 심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의에서 윤정민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구체적인 국외 연수 계획·일정 등이 빠졌다\', \'자칫 외유성 연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이전엔 해외 연수 참여 공무원들이 일정 금액을 스스로 부담했지만 내년부터 1인 당 500만 원씩 일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지나친 예산 남용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다른 자치구도 일부는 연수자 개인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서구 국제화여비 관련 연도별 예산은 2017년 5억 2196만 원, 2018년 6억 4925만 원, 2019년 6억 4038만 원 등 5~6억 원 가량이었다.
팬데믹으로 해외 출국에 제약이 컸던 2020년부터 올해까지는 관련 예산이 3억대 미만이었다.
더욱이 국외연수 관련 예산 중에는 추가 지출 발생 시 쓰는 예비비 2억 원도 포함돼 있다. 예비비도 예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예비비가 편성 당시 예측이 어려운 예산 외 지출 발생 또는 예산 부족일 때 쓰려고 갖춰두는 돈이다. 대부분 가뭄·수해 또는 대형 사회재난 등 돌발 긴급 상황에 투입할 \'비상금\' 성격의 재원이다.
예비비는 지출을 한 이후 의회에서 사후 심의만 받기 때문에 실제 예산 집행 과정에서 활용폭이 넓다.
공직자 해외 연수에 예비비까지 끌어 쓰는 데 대 적절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한 차례 제동이 걸렸으나, 예산안은 결국 감액 없이 원안대로 본회의 의결로서 최종 확정됐다.
윤 예결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의결 직전 \"공직자 국제화 여비가 8억 원으로 전례 없는 금액이 책정됐다. 불경기인데다 공공요금도 올라 많은 서민이 생활고를 겪는다\"면서 \"촘촘한 계획을 세워 세금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 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들일 땐 자세하고 정확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회를 향해서도 \"결국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서구 관계자는 \"직원 역량 강화 차원에서 연수자 범위를 늘렸다. 코로나19 이전 책정 연수비용과 액면가 차이만 날 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또 \"예비비는 미리 예측 못한 비용을 시의적절하게 쓰기 위한 재원이다. 편성한 예산 전액을 모두 쓰는 것도 아니고 남는 예산은 \'불용\' 반납 처리할 계획이다\"고 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