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의 한 초등학교 졸업생들에게 송아지가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졸업생은 \"예전에는 소를 팔아 학교 등록금을 마련했다\"는 부모의 말을 떠올리며 \"송아지를 보며 간호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완도 화흥초등학교에서는 6일 오전 졸업식이 진행됐다. 졸업생은 3명으로 이 중 2명이 학교 동문·졸업생으로 구성된 \'상왕봉장학회\'로부터 송아지 장학금을 받았다.
송아지를 받은 졸업생들은 축사를 운영하는 친척에게 맡겨 키울 계획이다. 졸업생 1명은 \"3학년부터 재학 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졸업생은 \"송아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 처음에는 놀랐다\"며 \"자라는 송아지를 보면서 간호사 꿈도 키워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흥초의 송아지 장학금 전통은 학교 동문과 졸업생들이 뒷산인 \'상왕봉\'의 이름을 딴 동문 장학회를 결성했던 1977년부터 시작됐다.
장학회는 송아지 한마리가 성장하면 대학 등록금까지 감당할 수 있는 목돈이 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현금대신 송아지를 선택했다.
또 송아지 장학금을 수여 받는 부모는 자녀를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켜야 하며, 새끼를 출산하면 1마리는 후배들을 위해 반드시 장학금으로 기부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
장학회의 혜안 덕택에 전통은 이어졌으며 이번 졸업식에도 3년 전 장학금으로 지급된 송아지 6마리가 학교로 돌아와 이 중 2마리가 졸업생에게 수여됐다. 또 최대 6마리 등 47년의 전통동안 250여 마리가 장학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화흥초의 재학생은 39명이다. 이 중 6학년이 10명으로 내년에 졸업을 하면 학생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최경석 교장은 \"지난해 9월 학교에 부임해 송아지 장학금 수여를 처음 경험했다\"며 \"독특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어 놀라웠으며 박사 학위를 받은 동문만 20여 명에 이른다는 장학회장의 말을 듣고 송아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47년동안 이어진 전통이 끊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학교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덧붙였다.
/완도=이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