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돼 자진귀국 의사를 밝힌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17일 오전 10시46분께 호송차를 타고 검찰에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그가 받고 있는 각종 혐의와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가 이날 김 전 회장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형사6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쌍방울 그룹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 부서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다.
또 640만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건넸다는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풀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은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해외로 출국해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8개월 만인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 소재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 이민국 검거팀에 의해 붙잡혔다.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도 현장에서 함께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불법체류 혐의를 부인하며 현지에서 재판받을 예정이었으나, 돌연 마음을 바꿔 12일 자진귀국 의사를 밝혔다. 열악한 수용시설 환경과 주변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주태국 한국대사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날 0시50분 방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탑승, 오전 8시43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체포된 지 일주일 만이다.
검찰은 현지 파견된 검찰 수사관들을 통해 김 전 회장의 귀국 비행편에서부터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체포 영장을 집행한 뒤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만큼 검찰은 곧바로 김 전 회장을 수원지검으로 압송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18일까지 김 전 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에 집중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상당기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해왔던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큰 상태다.
검찰은 우선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집중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이날 집행한 체포영장 역시 지난해 8월 김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발부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달 자본시장법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전 쌍방울 재무담당 부회장을 지낸 A씨와 현 재무담당 부장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각 100억원씩 발생한 전환사채(CB) 거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