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일선 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따른 부담이 크다며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까지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며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북구가 \'일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26일 북구와 전국공무원노조 광주본부 북구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께 내부 인트라넷 \'새올행정시스템\'에 \'소통\'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을 쓴 공직자는 \"업무적으로 힘이 들고 사무 분장도 억울하고 아무리 일해도 끝이 나지 않는 현실, 업무의 성질 상 가끔 기초자치단체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직원들의 불만의 바닥엔 \'경직된 조직 문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 한 명 청장님에게 \'아닙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문화다. 사명감 하나로 견디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유연하고 활기 차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를 역설했다.
해당 글 조회 수는 1100명 선을 넘겼다. 동조 댓글도 수십여 개가 달렸으나 이튿날 오전 9시께 글쓴이에 의해 삭제됐다.
노조 역시 해당 글을 인용하며 조직 문화 개선을 공론화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시책과 공모사업을 진짜 필요한 것이 아니면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모든 직원들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업무 분장, 법정 사무 외 추가 인원 동원 자제, 불필요한 업무 경감이 필요하다\"고 개선 당위성을 역설했다.
북구 공직자들이 업무 부담에 다른 기관으로 옮기거나 휴직하는 세태를 일컫는 은어인 \'탈북\'까지 언급했다.
이에 북구는 지난 24일부터 \'직원 업무부담 경감을 위한 구정 주요 4대 업무 일하는 방식 개선안\'을 시행했다. 개선안 핵심은 ▲국비사업 발굴 최소화 ▲실효성 없는 시책 사업 폐지 ▲각종 업무 보고 횟수 축소·절차 간소화 등이다.
우선 기획조정실이 중심이 돼 대응 과제를 분석, 최소 수준에서 신규 국비 사업을 발굴한다. 이후에는 주무부서와 협의 과정을 거쳐 추진한다. 현행 국장, 구청장이 주재하는 2차례 사업 발굴 보고회는 폐지한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각종 시책 사업은 일몰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시로 폐지한다. 기존에는 관행화로 불필요한 시책을 폐지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일몰 주기도 1년으로 길었다.
예산을 조기 집행해야 하는 \'신속집행 사업\'과 부서별 예산 지출 계획인 \'집행 전망\'의 보고도 각기 분기 1차례 또는 월 단위로 횟수를 줄인다. 현안 업무와 공모사업 관련 보고도 현행 주 1차례에서 월 1차례로 조정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조만간 노조가 진행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원 복리 후생 증진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반면 이 같은 변화 움직임에 \'공직자가 열심히 일하면 주민 편의와 삶의 질은 나아지는 것 아니냐\', \'행정행위는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 역시 중요하다\'는 회의적 목소리도 있다.
실제 북구는 최근 5년간 굵직한 국비 사업을 줄줄이 유치하며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지역사회 인프라 조성만 놓고 보면 문화·체육시설과 도서관, 주차장 등 등 복합 주민편의시설 10곳을 추진, 7곳이 완공·운영 중이다. 총 사업비로는 1200억여 원에 이른다. 국비 유치 규모로는 전국 지자체 중 3위에 해당한다.
북구 한 관계자는 \"각종 현안 사업 추진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면서 직원 불만 누적 등 부작용도 있다. 비효율적·비합리적인 각종 보고, 형식적인 절차도 분명 바꿔야 한다\"면서도 \"시민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공직자 본분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할 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공무원 역시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보호돼야 하며 구성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 문화도 사라져야 한다. 동시에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의 책무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직사회 내 활발한 소통과 허심탄회한 논의가 중요하다. 직급을 떠나 \'일 잘하는 행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민들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무슨 일부터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할지 등에 대해 접점을 찾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