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프로듀서(왼쪽)와 마크 버넷 프로듀서.
K팝이 ‘팝의 본고장’인 아메리카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북남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잇따라 론칭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 MGM과 손잡고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할 ‘NCT-할리우드(Hollywood)’ 론칭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MGM은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서바이버’, ‘샤크 탱크’ 등을 선보인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다. SM과 MGM은 올해 안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공개할 예정이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는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과 힘을 합쳐 미국 시장에서 K-팝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하이브와 유니버설뮤직그룹의 주력 레이블인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가 설립하는 합작 레이블이 주도한다.
CJ ENM은 미국 중심의 북미를 넘어 남미에서 K팝 오디션을 연다. 남미는 일찌감치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이 큰 인기를 누리며 K팝이 기반을 다진 곳이다.
CJ ENM은 워너미디어의 OTT ‘HBO 맥스(Max)’, 멕시코를 기반으로 삼은 제작사 ‘엔데몰 샤인 붐독(Endemol Shine Boomdog)’과 손잡고 남미 시장 대상의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한다.
한국 기업이 남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CJ ENM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엑소, 슈퍼엠,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의 활약으로 K팝의 위상은 남다르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팀뿐만 아니라 기획사들의 K팝 배출 시스템에 대한 해외 관계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이번에 SM·하이브·CJ ENM이 잇따라 현지 오디션을 열 수 있었던 이유다.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JYP의 걸그룹 ‘니쥬’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인 멤버가 없는 K팝 그룹 형태도 가능해졌다. 니쥬는 JYP의 수장 박진영이 K팝 시스템 공식에 맞춰 발굴·제작·프로듀싱하고 있는 팀이다.
지난 2016년 론칭된 NCT는 SM의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의 현지화 전략이 압축된 팀이다. 사실 팀이라기보다 플랫폼에 가깝다.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의 머리글자 모음인 이 팀의 주요 포인트는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그 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개방성과 확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까지 NCT 127, NCT U, NCT 드림, NCT 2018 등으로 분화됐다. 만들어진 지역의 특색에 따라, 그곳의 이름을 추가로 붙일 수 있다. 일례로 NCT 127의 127는 서울의 ‘위도’를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인 국경의 이동 제한 등 직접적인 교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K팝 기획사들의 현지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이브가 게펜 레코드와 손잡고 선보이는 레이블 역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다. 하이브는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해 게펜 레코드와 새 K팝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협업한다. 특히 음악뿐 아니라 퍼포먼스, 패션, 뮤직비디오, 팬 커뮤니케이션 등이 결합된 K-팝의 ‘풀 프로덕션 시스템’에 따라 활동하게 된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K팝 그룹의 분위기가 풍기는 팀들이 데뷔를 했다. 2017년 정식 데뷔한 ‘프리티머치’가 대표적으로 K팝 아이돌처럼 현란한 군무를 강조, K팝의 영향을 받은 팀으로 분류된다.
K팝 업계는 이번 SM·하이브·CJ ENM의 북남미 오디션이 K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 같은 거물급 아이돌 그룹이 다시 탄생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아티스트의 인기 지속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