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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 케어’
  • 호남매일
  • 등록 2023-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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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하얀 치자꽃이 피었다. 한복 입은 여인의 하얀 속치마를 보여주듯이 초록 잎에 피어나는 꽃, 치자꽃 향기를 맡으며 길을 걷는다.


청초한 모습으로 산책길을 반겨주었던 치자꽃을 이별해야 하는 7월의 초입에서 이해인의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시를 읽으며 꽃향기를 보낸다.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치자꽃은 하얗게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마른다. 청초한 꽃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치자꽃을 보니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나이가 들어서 좋다는 한 시인을 만났다. 노년의 시기를 걸어가고 있는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외로움에 지치고, 청춘은 사람으로 지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이며 고독은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이다. 그 고독을 즐기더라도 고독은 때로는 불안감을 준다.


필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무엇을 하며 살지? 걱정을 자주 한다.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을 줄이려면 노동의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력도 물론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자식은 부모에게 일을 멈추라고 한다. 그런데 함께 놀아주지는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것도 쉽지 않다. 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K의 어머니는 병원에 계신다. 3년 전 혼자 지내다 불안에 의한 치매 증상이 나타나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다. 고독을 즐기지 못하면 불안감이 오고 불안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병이 생긴다. 노인세대는 혼자인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혼자됨에 대한 불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같은 세대의 공감과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S는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에 정착하였다. 바쁜 도시의 삶을 정리하니 고독을 즐기는 시간도 3개월이었다. 무료한 일상을 지내다가 동년배와 함께 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릴 적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들은 한글 교육과 함께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림도 그리다 보니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청춘이 어른을 돌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 든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기 쉽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노노케어다. 홍석원 외(2015) 의하면 ‘노노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을 의미 는데 초고령 사회에 급증하는 노인 돌봄에 수요에 대응한 상호돌봄이다. 노노케어는 동년배 노인이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말벗 등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다.


노인을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비슷한 연령대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심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다. 노노케어는 지역사회 내 상호돌봄이다.


한국 노인 인력 개발원 김가원(2021)에 의하면, 고령층의 가구구조 변화와 상호돌봄을 위한 정책과제를 위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노노케어 일자리 사업을 매개로 지역 내에서 노인이 정서적 교류를 통해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함을 제시하였고, 둘째 개인적 측면에서 노년기 가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노년기 삶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제시하였으며, 셋째 지역 내 상호돌봄의 가치를 실현하는 노노케어를 위해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함께 케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을 제시하였다.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서비스는 가족 중심을 벗어나 마을 공동체 중심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핵가족, 1인 가족 등 다양한 가족구조의 변화는 돌봄의 측면도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


노인의 가족 변화는 자발적인 것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에 선택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고독을 견디는 방법은 상호돌봄을 통한 삶이 이루어진다면 돌봄의 역할은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


치자꽃처럼 청초했던 삶도 나이가 들면 노란빛으로 변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것이며, 고독을 견디는 시간을 많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된다. 우리는 홀로선 나무, 서로가 가지가 되어 돌봄의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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